프랑스에 샴페인이 있다면 스페인에는 까바 cava가 있습니다. 스파클링 와인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프랑스에서도 샹파뉴 지역에서만 생산한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 Champagne이라 부를 수 있는 것처럼 스페인에서도 샴페인처럼 전통 방식 Methode Traditionalle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을 까바라고 부릅니다. 참고로 전통방식이 아닌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은 에스푸모소 Espumoso라 부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전통적인 방식이고 그렇게 만든 와인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오늘은 까바 중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로 알려진 로저 구라트 Roger Goulart의 역사를 소개하면서 함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역사
로저 구라트는 1882년에 설립된 와이너리입니다. 스페인에서 까바가 처음 출시된 것이 1872년이었으니 선두 주자 중 하나였던 셈입니다. 1860년대에 꼬도르니유 Crodorniu의 호셉 라벤도스 Josep Raventos가 프랑스 샹파뉴 지역을 여행하고 그와 같은 전통 방식으로 스페인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담그기로 작정한 이후 로저 구라트 역시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됩니다.
이미 1919년에 길이 1km의 지하 셀러를 갖추고 60개월 이상까지 숙성하여 까바를 출하하면서 깊은 풍미와 신선함으로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일본의 tv프로그램에서 와인 전문가 5명을 모아놓고 돔 페리뇽과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한 결과 3명의 전문가가 로저 구라트를 돔 페리뇽이라고 지목하면서 전국적인 인기를 얻은 바 있습니다.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가성비 스파클링 와인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샴페인과 비교
까바는 샴페인과 같은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지지만 둘의 차이도 분명합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포도의 품종이 다릅니다. 샴페인은 피노 누아 Pinot Noir, 피노 므니에 Pinot Meunier 그리고 샤르도네 Chardonnay를 사용하여 만듭니다. 반면 까바는 스페인의 품종인 빠레야다 Parellada, 샤렐로 Xarel-lo, 마까베오 Macabeo 등을 사용해서 만듭니다. 따라서 까바는 샴페인에 비해 과일 풍미가 풍성하고 열대 과일 같은 레몬과 오렌지 산미가 특징입니다. 그러나 자글자글한 기포가 부드럽게 올라오는 점은 샴페인이나 끄레망에 필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샴페인이나 끄레망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는 걸 생각한다면 놀라운 점입니다. 이렇게 압도적인 가성비를 보여줄 수 있는 이뉴는 전통 제조법을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전통방식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제조하는 것은 현대화된 설비에도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1차 발효를 통해 알코올을 생성한 와인 베이스를 병에 담고 당분과 이스트를 병입 후 발효를 통해 기포가 쌓이게 만든 뒤 병을 서서히 돌려서(리들링 Riddling, 르미아주 Remuage) 효모 찌꺼기가 서서히 병목으로 쌓이게 유도합니다. 이렇게 병목에 찌꺼기가 쌓이면 병목을 얼리면서 마개를 엽니다. 이때 압력에 의해 효모 잔해와 와인이 나오게 되는데 이런 작업을 데고르쥬망(Degorgement)라 부릅니다. 데고르쥬망 작업 후 빈 공간을 와인으로 채우게 되는데 이때 얼마나 당분을 추가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달콤한 와인이 되는지 결정됩니다. 이렇게 전통방식의 와인을 담글 때는 기포를 생성하는데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양조방식은 고급 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더 저렴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 때는 아예 이산화탄소를 주입해서 기포를 만들기도 합니다.
등급
까바는 2차 발효를 병입 후에 진행하는 샴페인 방식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병입 후 숙성 기간에 따라 등급을 나눕니다.
호벤 Jobven : 9 ~ 15개월
레세르바 Reserva : 15 ~ 30개월
그란 레세르바 Gran Reserva : 30개월 이상
까바 파라헤 깔리피카도 : 36개월 이상 + 포도나무 연령 10년 이상
'와인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와인과 예술] 보트 파티의 점심 Luncheon of the Boating Party (0) | 2023.02.24 |
---|---|
화산 토양으로 만든 와인, 토양에 따른 와인 특징 (0) | 2023.02.10 |
마르살라, 시칠리아의 주정강화 와인 (0) | 2023.02.08 |
파리의 심판, 와인 역사에 획을 그은 사건 (0) | 2023.02.06 |
포트 와인, 발렌타인에 어울리는 와인 연인의 와인 (0) | 2023.02.05 |
댓글